  |
||
재료구입비 가계 지출의 30% 차지…경제적 부담에도 5년째 계속
각자 역할 맡아 정성껏 식사 대접 "봉사활동하며 가족애 깊어져"
정원옥(43) 씨 가족은 매주 토요일 점심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명륜종합사회복지관을 찾는다.
정 씨와 남편 김학조(47. 상지대 산학협력단 조교수) 씨, 큰 딸 현진(20) 양과 작은 딸 현주(19) 양, 그리고 막내아들 윤기(15) 군은 올해로 5년째 어르신들을 위한 소박하지만 따뜻한 한 끼를 차려드리는 일을 함께하고 있다.
지난 21일 복지관 식당에서 만난 가족들은 설날을 맞아 준비한 떡국을 끓이느라 분주했다. 각자 재료손질 및 배식, 설거지 등 역할을 나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가족의 끈끈한 모습이 느껴졌다.
식사를 준비하면서 일찍 도착한 어르신들과 친근하게 대화하는 가족들 모습에 애정이 묻어났다. 정 씨는 "대부분이 혼자 생활하시는 외로운 분들이라 명절분위기를 느끼시라고 떡국으로 준비했다"며 전날 폭설로 미끄러워진 눈길을 걸어올 어르신들을 염려했다.
매주 정 씨 가족이 준비하는 점심식사를 먹기 위해 이곳을 찾는 어르신은 60~70명에 달한다. 대부분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외롭게 생활하는 독거노인들로 정씨 가족이 대접하는 식사가 주말 동안 접할 수 있는 온전한 한 끼 식사이다.
가족들의 식사봉사는 세 자녀가 먼저 제안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이전까지는 부부가 각자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간혹 가족끼리 함께하는 단체봉사활동에 참여했다.
하지만 단체봉사 특성상 개개인의 봉사활동 역할이 크지 않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현진 양은 "북적대는 단체봉사보다 각자 책임질 역할을 맡아 가족과 단란하게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제안에 정 씨도 용기를 내 가족에게 식사봉사를 제안했다. 식재료 구입부터 조리하고 배식하는 과정까지 품이 많이 들고 경제적인 부담도 큰 상황이어서 남편 김 씨는 난색을 표했다.
당시 김 씨는 경영난으로 운영하던 사업체를 정리하고 박사과정을 준비하면서 세 자녀의 교육비도 부담해야하는 넉넉치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 씨의 결심은 단호했다. 정 씨는 "돈이 부담스러워 시작하지 않는다면 평생 시작하지 못할 것"이라며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가족들이 모두 뜻을 모았을 때 곧바로 시작하자"며 남편을 설득했다.
가족끼리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는 봉사활동은 쉽지 않았다. 지인의 소개로 명륜종합사회복지관에서 토요일 점심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지만 주방이 마땅치 않아 모든 음식을 집에서 준비해야 했으며, 배식 후 설거지거리를 도로 가져가는 수고로움이 따랐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가계의 30%를 식사봉사에 지출해야하는 경제적 부담도 따랐다. 하지만 각자 역할을 나눠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감과 만족감은 커졌다. 아이들도 본인에게 주워지는 역할을 확실하게 해내기 위해 진지하게 식사봉사에 참여했다.
특히, 매주 주말 복지관을 찾아가면서 여가활동이나 공부시간을 줄여야했지만 본인이 빠지면 다른 가족이 더 힘들다는 생각에 배려하고 희생하는 마음을 배우게 됐다. 또한, 어르신들의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어려운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식사 후 간식거리나 텃밭 농작물을 챙겨주시거나 막내 윤기 군을 손주로 여겨 용돈을 주시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더욱 정성껏 식사를 준비했다.
김 씨는 "아이들이 식사봉사를 하면서 책임감과 배려심을 배우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며 "어른공경 예절도 자연스럽게 익히고 가족끼리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애도 깊어지는 등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 가족이 더 큰 도움을 얻었다"고 전했다.
정 씨는 "식사봉사는 이제 우리 가족들에게 특별한 봉사활동이 아닌 일상적인 생활이 되었다"며 "앞으로도 가족들과 어르신들의 식사를 꾸준히 챙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